본문 바로가기
수정

풍요의 세대에서 물건의 유통기한에 대해

by 차혜지씨 2024. 11. 16.

필사/ 디벨롭/ 구성안이 함께 있는 페이지

 

자타공인 물건을 사면 오래 쓴다.

흔히 말하는 환경 보호, 미니멀리즘과 같은 목적은 아니고

하나도 안 아끼고 무슨 흠이 생겨도 내가 쓸 수 있겠다 싶으면 그냥 쓴다.

- 뒷걸음 환경 보호 -

 

특히 전자기기의 경우 최소 5년은 쓰고 보내주는 타입인데.

사실 휴대폰의 경우 파일 옮기기도 귀찮고 적응하기도 힘들어서 그냥 노트10+과 영영 살고 싶었지만 배터리가 고장나고 내부 액정이 고장나기 시작해서 보내주고 말았다.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왔는데 이걸 되짚고 나니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... 익숙한 것이 하나라도 없으면 좀 힘든 것 같다. 사람이 바뀌고 업무쪽이나 학교나 이런 환경이 바뀌는 건 상관 없어서 몰랐는데 변화?를 막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. (원래는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었다)

 

이야기가 갑자기 샜는데

오늘 할 얘기에서 나오는 건 휴대폰은 아니고 아이패드다.

지금은 미니... 색상만 알아 퍼플을 쓰고 있는데

이 전에 5?6년간 쓰던 아이패드가 프로 3세대? 제일 큰 사이즈.. 였음

이게 한.. 고2때 샀나 3때샀나 그런데 

고등~재수 때 무난하게 잘 쓰다가 

대학교 1?2?학년때 액정이 작살이 났다. 자세한게 되게 기억이 안 나긴 하네...

다행인지 불행인지. 구매하면 주는 기존 필름을 내가 떼지 않은 상태였어서 사용은 가능했다.

그게 아니었으면 이미 수많은 유리조각에 내가 당해서 파상풍으로 손을 잃지 않았을까..

 

그니까 나는 사용기간 중 최소 3년을 유리조각 날리는 패드를 들고 살아온거다..

지금은 이렇게까지는 안 하는데 (일단 물건을 안 깨려고 노력함)

저때는 유독 거지였고.. 지금도 거지지만

수리보다 재구매가 쌌고.. 그것도 비쌌지만

이래서 그냥 살았다.

 


 

실제로 그때는 타블렛을 거의 안 쓰고 아이패드로 드로잉 작업을 거의 다 하던 시절이어서

이후 그걸 들고 친구랑 카페 작업을 했는데

친구가 내 작살난 아이패드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

 

야.. 너 편견 속 가난한 예술가 같다

이랬다.

 

되게... 별거 아닌데 기분이 이상해서 오래 남음

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

 

가난한 = 아주 맞음

예술가 = 세모, 예술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미대생

 

종종.. 패드를 보거나 유독 오래 쓴 물건을 보면 그 생각이 난다

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그게 떠올랐냐면

나는 스케치북을 쓸 때 펜을 바꿔가며 한 장을 오래 쓴다 (맨 위에 첨부된 사진이 그것이다)

원래 처음에는 좀 있어 보이니까 나도 해야지와 같은 허영심에 가까웠던거 같은데 

그게 오래되니까 습관이 되어서

비어있으면 허전하다...

ㅁㅊ

디자인과인데 여백의 미;;를 어려워함

 

사실 작업물에는 여백을 남기는 걸 더 좋아하구요

스케치북이나 이런.. 유독 비어있으면 허전한 부분들이 있음

 

문득 이번에 사두고 안 썼던 스케치북을 다시 쓰고 있던 와중

그 스케치북은 새거라 분명 공간이 많은데

아직 10장도 다 못 쓴 나 스스로가

묘하게 구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떠올랐다

 

뭐... 저 스스로가 알아보는 거에는 문제가 없고

남들이랑 공유해야하는 건 이렇게 안 하니까 괜찮지 않나 싶어 고칠 생각은 없긴 하다.

 

물건의 적정 사용기간은 언제일까

이 글에서 언급된 타블렛은 이제 11년이 다 되가는데...

정말 어렵다고 생각함.

 

Good buy. . . .